이제 본격적으로 야구를 보기 위해 George M. Steinbrenner Field로 향합니다. 원래 이곳은 뉴욕 양키즈의 마이너리그 팀 훈련장이나 스프링 캠프 구장으로 사용되는 곳인데요, 올해는 Tampa Bay Rays의 정규 홈구장이 공사 중이라, 이 구장을 임시 홈으로 쓰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은 뭐든지 자본주의의 결정체죠. 주차도 당연히 유료입니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곳임에도 당당히 ‘주차장’이라 불립니다. 괜히 주차 안내 요원의 말을 잘 들으려고 창문을 내렸다가, 흙먼지와 풀가루가 그대로 제 얼굴로 날아왔네요. 우여곡절 끝에 차를 대고, 육교를 건너 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티켓은 조금이라도 아껴보려는 마음에 원정팀인 Toronto Blue Jays 측 좌석(3루 쪽)을 선택했습니다. 나름 KBO 직관 경험을 바탕으로 가격 대비 좋은 자리를 골랐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날씨였습니다. 섭씨 33도가 넘는 폭염에 직사광선까지 그대로 쏟아지며, 말 그대로 ‘태양이 때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늘 하나 없이 앉아 있다가 결국 4회쯤엔 입구 쪽 그늘로 피신해서 서서 경기를 봤습니다. 팔에는 선크림도 안 발라서 그대로 다 타버렸고요. 얼굴에만 발라놓은 게 천만다행입니다.
음식은 마이애미에서의 사악한 물가 경험 때문인지 걱정이 되었지만, 햄버거와 맥주가 각각 $18로 아주 ‘사악’하진 않았습니다(물론 한국 기준으론 여전히 비쌈). 그래도 배가 안 차서 핫도그도 하나 더 주문했는데, 이건 DIY 방식. 빵과 소시지만 주고 케첩, 양파 등은 셀프로 올려야 했습니다. 차라리 메뉴에 있던 칠리나 나초 옵션을 추가할 걸 그랬어요.
7회까지 홈팀이 9:0으로 앞서고 있었고, 사진도 충분히 찍었기에 경기 중반에 나왔습니다. 최종 스코어는 13:0. 원정팀 투수진이 많이 무너진 듯하네요. 사실 지구 3위와 4위 간의 경기라 이렇게까지 수준 차가 날 줄은 몰랐는데… 다음번엔 좀 더 긴장감 넘치는 경기였으면 좋겠습니다.

야구 관람 후에는, 한동안 그리웠던 ‘한국식 사우나’를 찾았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엔 찜질방은커녕 노래방도 없는데, Tampa에는 한 곳 있더라고요. 물론 독점이다 보니 가격은 사악합니다. 목욕탕 + 찜질복 포함 $33. 급했던 저는 당연히 결제하고 입장했습니다.
하지만 목욕탕은 실망스러웠습니다. 탕이 단 두 개, 사우나는 한 개뿐이었고, 비누조차 비치돼 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몸을 데웠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10분 만에 나왔고, 다행히 찜질방은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가운을 입고 소금방과 황토방을 오가며 1시간 정도 땀을 빼니, 내장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1월에 한국 다녀온 후 거의 4개월 만이라 그런지 생기가 돌았습니다.
이후 식당도 이용해봤는데, 손님이 직접 메뉴를 작성해 카운터에 내는 방식이었습니다. 미리 안내가 있었더라면 덜 당황했을 텐데 말이죠. 그래도 돌솥비빔밥과 식혜를 맛있게 먹으며 간만에 제대로 된 한국식 힐링을 했습니다. 물론 식혜는 작은 걸 시켰는데 큰 게 나왔지만… 다 마셨습니다.

찜질방을 나와 호텔로 돌아온 후 다시 샤워를 했고, 햇볕에 지친 탓인지 저녁 8시쯤 침대에 눕자마자 몇 시간 쭉 잠들어버렸습니다. 새벽에 잠깐 깼다가 10분 정도 생각 정리만 하고 또 바로 다시 잠들었네요. 월요일 출근을 떠올리는 몸의 기억 때문인지, 더 자야 한다는 본능이 작동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아침 8시 30분, 호텔 조식은 전날보다 한산했습니다. 굳이 객실에서 바나나로 배를 채울 필요는 없었네요. 그런데 이 날, Hilton 디지털 시스템의 한계를 체감했습니다. 스마트폰 키로 주차장 바리게이트는 열렸지만, 디지털 체크아웃은 오류가 나더군요. 결국 차를 다시 세우고 로비로 가서 대면 체크아웃을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디지털 키는 바로 비활성화되지 않아, 출차는 무사히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약 10분 정도 지체되었고, 다음 일정에 살짝 영향을 미쳤습니다.
30분 정도 운전해서 St. Petersburg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많이 덥기도 했고, 이 도시는 근처니까 가보자는 마음 정도였어요. 먼저 The Dalí Museum으로 향했는데, 주차비가 $10입니다. 역시 미국. 그래도 10시 40분쯤 도착해서 아직 한산한 편이었고, 티켓을 구매해 입장했습니다. 360도 비주얼 체험 티켓도 있었지만 후기가 별로라 생략했습니다.
이곳은 스페인 출신 예술가 Salvador Dalí와 그의 대표 화풍인 초현실주의(surrealism)를 주제로 한 미술관입니다. 안내에 따라 시청각실로 먼저 향했는데, 영상 시청 중 다른 관람객들이 미술관에 몰려들어 3층 본전시 때는 다소 혼잡했습니다. 아까 호텔에서 10분만 낭비를 안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스마트폰 오디오 가이드를 충실히 들으려 했지만, 사람이 많아 집중이 어렵더군요.

작품 옆 QR코드를 스캔하면 AR 체험이 가능했지만, 팝업창에서 실수로 '허용 안 함'을 눌렀는지 제 핸드폰에서는 끝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캐시 삭제, 브라우저 설정 초기화 등 다 해봤지만 소용없었고요. 결국 다음번엔 다른 사람과 함께 와서, 적어도 한 명은 AR 체험이 가능하도록 대비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전체적으로 미술관 크기에 비해 작품 수는 많지 않았지만, 중·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서 보던 ‘녹아내리는 시계’ 같은 그림들을 실제로 볼 수 있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는 주변 경관이 좋다는 소문을 따라 바다 쪽으로 살짝 걸어가본 뒤, 점심 식사를 위해 아시안 퓨전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걸어서 간 덕분에 도심 구경은 잘했찌만요, 날씨가 너무 더워서 돌아갈 땐 우버나 자전거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이 식당은 동남아시아 음식 전문점으로, 홍콩·싱가포르·베트남·라오스 음식 등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쌀국수와 스프링롤, 그리고 싱가포르 맥주인 Shinga를 주문했습니다. 손님 중에 동남아계 분들이 꽤 있는 걸 보면 나름 현지에서도 인기 있는 곳 같았습니다. 저는 베트남 음식을 특별히 좋아하진 않지만, 이날은 더위에 체력이 소진되어 큰 불만 없이 잘 먹었습니다.

식사 후 Lime 자전거를 찾아 St. Pete Pier로 향했습니다. 자전거로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게,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고 차들은 자리 찾느라 고생 중이더군요. 전망대인 Tampa Bay Watch Discovery Center까지 가다 보니 도보 인파가 너무 많아, 중간쯤에서 자전거를 돌려 나왔습니다. 어차피 이 구간은 NO-GO 존이라 전기 동력이 끊겨 수동으로 운전해야 했습니다. 그니까 입구쯤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걸어들어왔어야 하는것이죠. 이런건 또 최첨단 기술이네요. 뭐, 바다 전망은 집 근처에도 많으니 괜찮습니다.

이후 미술관 주차장 근처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몇 분 걸어 차량으로 복귀했습니다.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Vinoy Park에 들렀습니다. 무료 주차가 가능한 데다, Truth Sculpture을 볼 수 있는 트레일이 있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Truth Sculpture은 공사 중이라 바리게이트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그냥 멀리서 사진만 몇 장 찍고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제 집으로 복귀합니다. 코스트코 회원이라, 돌아오는 길에 코스트코 가솔린에 들르려 했지만… 40분 운전 끝에 도착한 곳은 휴무였습니다. 구글맵이 왜 이런 기본 정보를 안 알려주는지 참 답답하네요. 결국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본격적으로 귀가했습니다.
가는 길에도 여전히 벌레의 습격은 거셌습니다. 다만 이번엔 약한 비라도 한 번 내려 벌레 시체가 일부 씻겨 나간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집에 도착해 몇 장은 티슈로 닦아냈고요. 제 차가 아니라 렌터카였기에 그나마 부담을 살짝 덜어봅니다. 어차피 우기이니까, 폭풍이 올 때 도로로 한번 나가서 일부러 좀 씻겨내야겠어요.
어쨌거나 돌아올 땐 더 시골길을 택했는데, 이런 길도 제법 많은 차량이 다니는 걸 보니, 역시 미국은 땅이 넓고 사람도 고르게 퍼져 사는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도 나름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플로리다 서부를 처음으로 탐험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선봉대로 다녀왔으니, 다음엔 누군가와 함께 더 의미 있고 편한 도심 탐방을 하고 싶네요. 아마 그 기회가 곧 올거라고 예상은 합니다. 다만, 야구를 보기 위해서라면… 그냥 가까운 마이애미로 가겠습니다. 미안해요 김하성 선수. 그래도 한국 돌아가기 전엔 꼭 한 번 뵈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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