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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팜 비치 보트 쇼 관람 후기(Palm Beach International Boat Show, PBIBS)

천게 2025. 3. 25.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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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엔 헤어컷도 하고, 한인마트(집에서 50!)에서 식재료도 사며 일상으로 돌아왔다가, 23일에 보트쇼로 향했습니다.

 

작년에는 보트에 오르는 절차를 몰라서 타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꼭 타보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행사 지도는 이미 머릿속에 있었기에(작년과 거의 동일하니), 푸드트럭 구역 쪽으로 먼저 가서 슬러시를 하나 사 들고 다녔습니다.

 

보트를 유심히 보니, 어떤 회사는 누구나 탑승을 허용하지만, 어떤 곳은 구매 의사 있는 사람만 태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도 큰 배를 타보고 싶었지만, 솔직히 구매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판매원과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곧 들킬 것 같아 쉽게 도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거의 포기하고 돌아가던 중, 한 회사의 판매원분이 저를 불러세웠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약 5~15억 원 정도의 요트를 파는 회사였습니다. (보트쇼에는 100억 원 이상도 수두룩합니다. 크루즈급은 물론이고, 작더라도 럭셔리한 인테리어면 50억은 기본입니다.)

 

예상대로 저는 배에 대해 잘 몰라서 대화 중에 한계가 드러나긴 했지만, 아마 동양인이 저뿐이라 그분도 더 관심 있게 대해주신 것 같고요.

결국엔 양국 경제, 정치 얘기까지 이어지며 대화를 훈훈하게 마무리했습니다.

확실히 다음엔 공부를 좀 더 하고, 진짜 구매 의사가 있을 때 오면 더 풍부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전시장을 나가기 직전, 또 다른 판매자 한 분이 저를 부르셔서 가봤더니, 이 분은 더 작은 배를 파는 회사였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본인이 KT 위즈의 로하스 선수의 처남(brother-in-law)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인스타 계정을 보여주시며, 수원 위즈파크 마운드에 올라 찍은 사진이나 치어리더들과의 근접 촬영 사진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게다가 로하스 선수가 이번 시즌 일본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KT에 잔류하기로 했다는 정보까지 정확히 알려주시니, 정말 처남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한번 배 타보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탑승까지 성공했습니다.

비록 작은 요트였지만, 포기하려던 목표를 이루게 되어 기뻤습니다.

 

보트쇼 자체의 분위기는 작년에도 기록을 남겼으니, 참고하시면 대략 어떤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오후 2시가 되어 푸드트럭 존에서 가장 인기 있어 보이는 브리스킷/쿠바 샌드위치를 주문했는데요, 기대를 너무 해서인지 맛은 그럭저럭이었습니다.

자리를 찾지 못해 바닷가 쪽 벤치에 앉아 먹고 있었더니, 근처에 앉은 백인 가족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제가 음식 맛을 “6/10”이라고 하자, “그럼 bad네요…”라며 웃으시더군요. 이분들은 플로리다 멕시코만(West Coast) 쪽에서 몇 시간 걸려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함께 온 인도계 젊은 여성은 아들의 여자친구라고 소개해주셨는데, 인종이 달라도 연애하는 모습에서 점점 더 국제화되는 커플들의 모습을 느꼈습니다.

 

결국 이번 보트 쇼는보다도사람이 더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마이애미나 포트 로더데일에서도 매년 열리지만, 제 성격상 굳이 먼 곳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고요.

(이렇게 제 집 근처에서 모든 즐길거리가 찾아오니까요)

그래서 아마 귀국 전 마지막 보트쇼 관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체험들은 당장에는 감흥이 작아도, 시간이 지나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열심히 기록을 남기고 있는 것이고요.

 

물론 제 가장 큰 문제인게으름’, 그리고 웬만한 즐길 거리를 다 갖춘 콘도/동네 덕분에 바깥 활동을 더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남은 기간 동안 더 열심히 체험하고, 더 많은 기억을 남기고 싶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지 1년이 지났는데, 요새 확실히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가 명성과 인지도 면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국가 브랜드가 앞으로도 유지되길 바라며, 경제가 어려워도 전 세계인의 감성을 사로잡는 콘텐츠가 있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점점 늙어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아직 하드/소프트 파워가 있을 때 더 적극적으로 세계를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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